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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영화 리뷰 (하이재킹, 블랙코미디, 실화)

by 수익기록자 2026. 4. 6.

여자친구도 없고 술 약속도 없는 완전한 자유의 주말, 오히려 뭘 봐야 할지 몰라서 넷플릭스 앱만 한참 들여다본 적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딱 그런 주말에 이 영화를 만났습니다. 예전에 류승범이 출연한다는 짧은 소개 영상을 유튜브에서 스쳐봤던 기억이 떠올라 찾아보니 "굿뉴스"라는 영화였습니다. 1970년대 실제 항공기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라는 설명에 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실화를 소재로 한 하이재킹,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항공기 납치나 테러 영화는 대개 극도로 긴박하고 어둡게 그려진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 선입견을 갖고 재생했는데, 굿뉴스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고 나왔습니다.

이 영화는 1970년 3월 실제로 발생한 요도호 하이재킹(Yodo-go hijacking)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요도호 하이재킹이란 일본 적군파(赤軍派)로 불리는 무장 공산주의 단체가 하네다 공항을 출발한 일본항공 351편을 납치해 북한 평양으로 향하려 했던 실제 사건입니다. 일본 적군파는 당시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이념 아래 무장 투쟁 노선을 택한 급진 좌파 집단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사건에서 한국이 어떻게 개입했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납치된 여객기가 평양으로 가기 위해 추가 연료가 필요했고, 임시 착륙지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한국 측이 김포 공항을 평양 공항으로 위장하는 이른바 디셉션 오퍼레이션(Deception Operation)을 펼쳤다는 것이 핵심 스토리입니다. 디셉션 오퍼레이션이란 적이나 상대방이 잘못된 정보를 믿도록 유도하는 군사·정보 작전 기법으로, 실제 첩보전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제가 직접 시청해보니, 이런 무거운 실화를 기반으로 했는데도 전혀 지루하거나 무겁지 않았습니다. 역사적 사건이 코미디의 소재로 소비된다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영화는 그 경계를 꽤 영리하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실제 요도호 사건 기록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최초 승객 129명을 억류했으며 협상 끝에 노약자 일부를 석방한 뒤 나머지 인질을 데리고 평양까지 비행을 강행했습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s://encykorea.aks.ac.kr)).

블랙코미디 장르와 캐릭터의 조화

 

블랙코미디(Black Comedy)란 죽음, 폭력, 사회 모순처럼 원래는 심각하고 어두운 소재를 역설과 풍자로 비틀어 웃음을 유발하는 장르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장르는 어느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실패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나치게 코미디로 흐르면 역사적 사건을 가볍게 취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너무 진지하게 가면 코미디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설경구가 연기한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는 중앙정보부 회의실에 불쑥 등장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작전을 주도하는 캐릭터인데, 그 존재감이 코미디 영화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의 네 번째 협업이라는 점이 그 자연스러움에 기여했을 것입니다.

홍경 배우가 맡은 엘리트 공군 관제사 역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처음에 40마일 이상의 항공 관제를 요청받자 국제항공법(International Aviation Law) 위반이라며 강하게 거부합니다. 국제항공법이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제정한 규약으로, 각국의 항공 주권과 관제 범위를 규정하는 국제 규범입니다. 이 장면이 영화에서 단순한 코미디 소재가 아니라 실제 법적 딜레마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본 배우 야마다 타카유키가 등장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그를 크로우즈 제로에서 처음 봤는데, 한국 영화에서 마주치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과 동시에 왠지 모르게 반갑더군요. 한일 합작 형태의 캐스팅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도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굿뉴스에서 주목할 만한 장르적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화 기반 하이재킹을 역발상으로 재해석한 작전 구조
- 중정(중앙정보부) 특유의 권위주의적 문화를 풍자하는 캐릭터 설정
- 한국-일본-미국 CIA의 국제 역학 관계를 코미디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시나리오
- 블랙코미디 특유의 긴장감과 웃음이 교차하는 연출 리듬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이 영화가 남긴 질문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냉전(Cold War) 시대의 이념 충돌은 단순히 과거의 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냉전이란 1945년 이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직접 무력 충돌 없이 정치·경제·이념적으로 대립했던 역사적 시기를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영화가 단순히 냉전 시대의 향수를 소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인 일본에서 생활하면서도 공산주의를 추구했던 적군파의 존재는, 체제와 사상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지금도 민주주의 국가 안에 다양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특수성이 이 영화에서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김포 공항을 평양 공항처럼 꾸미는 장면은 단순한 코미디 연출이 아니라, 분단이라는 현실이 얼마나 기이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이데올로기(Ideology) 대립이 낳은 비극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충돌하지 않고 어느 정도 공존하며 살아갈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데올로기란 한 사회나 집단이 공유하는 신념 체계와 가치관의 집합을 뜻하는데, 그것이 절대화될 때 인질의 목숨이 협상 도구로 전락하는 비극이 생깁니다. 국내 분쟁과 이념 갈등에 관한 연구에서도 이념 극단화가 폭력적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굿뉴스는 분명 블랙코미디 영화이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보고 나서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 이상으로 만드는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주말 오후에 가볍게 시작했다가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를 원하신다면, 굿뉴스는 충분히 그 기대에 응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바로 감상 가능하니 한 번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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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b0w-bbw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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