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좁은 방구석에서 시작된 오금 저리는 90분의 몰입
여러분은 혹시 어떤 영화를 보다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영화가 끝났을 때 온몸에 힘이 빠져서 침대나 소파에 스르륵 쓰러져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바로 그런 인생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평소 주말이면 과자 한 봉지를 품에 안고 뒹굴거리며 영화를 보는 것이 제 최고의 힐링 루틴인데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에이, 재미있는 거 뭐 없나?"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러닝타임도 길지 않고 주연이 믿고 보는 하정우 배우이길래, 킬링타임용으로 딱 맞겠다는 아주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웬걸요, 영화가 시작되고 한강 다리가 폭발하는 그 순간부터 제 과자 먹방은 완전히 멈춰버렸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방송국 스튜디오라는 단 한 공간에서만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 윤영화 앵커의 귀에 꽂힌 인이어를 통해 폭탄테러범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제 방 안의 공기까지 덩달아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제가 하정우 배우 바로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스태프가 된 것 마냥 숨을 죽이게 되더군요. 얼마나 집중했는지 영화 중반부쯤 가서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어서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카메라 앵글이 휙휙 돌아가고, 하정우 배우의 눈동자 흔들림과 땀방울 하나까지 클로즈업될 때마다 오금이 저린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시계를 볼 생각은커녕,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영화에 방해가 될까 봐 조심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야 비로소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었는데, 겨우 9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제가 엄청난 마라톤을 뛰고 온 것처럼 온몸이 뻐근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엄청난, 제 방구석 영화 역사상 가장 짜릿했던 경험이었습니다.
한정된 공간을 지배하는 연출력과 인간의 끝없는 탐욕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감독과 배우가 정말 천재가 아닐까?" 하는 감탄이었습니다. 보통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라고 하면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서 도시 전체가 부서지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더 테러 라이브>는 그런 뻔한 공식을 완전히 깨부숩니다. 대부분의 러닝타임 동안 하정우 배우가 라디오 부스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게 전부인데도, 그 어떤 대작 영화보다 더 짜릿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연출의 힘이자, 배우의 위대한 연기력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주인공 윤영화라는 인물의 캐릭터 설정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마냥 정의롭고 착한 주인공이 아닙니다. 잘나가던 메인 뉴스 앵커에서 밀려나 라디오를 진행하던 중, 테러범의 전화를 받고 이를 자신의 화려한 복귀 카드로 이용하려는 지극히 속물적인 인간이지요. 테러범과 협상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방송 시청률 대박 나겠다'며 주판알을 튕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다르게 행동했을까?" 하는 씁쓸한 자문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너무나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방송국 수뇌부들의 이기적인 행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오직 '시청률'과 '정치적 이익'만을 계산하는 그들의 모습은 테러범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단순한 테러 사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미디어의 폭력성과 현대인들의 끝없는 탐욕, 그리고 소외된 약자의 절규를 라디오 부스라는 작은 현미경을 통해 확대해 보여준 명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긴장감 넘치는 오락 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제 마음을 무겁게 두드렸습니다.
웰메이드 스릴러의 정석, 당신의 90분을 훔칠 최고의 선택
결론적으로 <더 테러 라이브>는 한국 영화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의 정석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한된 예산과 한정된 공간이라는 거대한 제약을 오히려 엄청난 장점으로 승화시킨 제작진의 영리함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요즘 스케일만 비대하고 알맹이가 없는 영화들에 피로감을 느끼셨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선사하는 꽉 찬 밀도감에 분명 대만족 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텐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니까요. 혹시 주말에 집에서 무언가 집중해서 보고 싶지만 긴 러닝타임은 부담스러우신 분들, 혹은 "요즘 왜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없지?" 하고 지루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오늘 밤 당장 이 영화를 틀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단, 영화를 보시기 전에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정우 배우의 숨 막히는 연기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중도 하차는 절대 불가능할 테니까요. 과자나 음료수를 준비하셔도 아마 영화 중간에는 손도 못 대실 확률이 아주 높다는 점도 미리 경고해 드립니다. 오늘 이렇게 제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던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그 시절 느꼈던 짜릿한 전율이 다시금 살아나는 것 같아 저도 조만간 한 번 더 정주행을 해볼까 고민 중이랍니다. 소중한 시간에 제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도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도 더 재미있고 사람 냄새나는 솔직한 리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