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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 미디어 비판,진실 전달,집단 무기력

by 수익기록자 2026. 4. 18.

뉴스 피드를 보다가 "이게 지금 진짜 중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코로나 초기에 그랬습니다. 명확한 경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주변에서는 "별거 아니잖아"라는 말이 오히려 더 크게 들렸습니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을 보고 나서, 그때 느꼈던 혼란스러움이 왜 그렇게 컸는지 조금은 정리가 됐습니다.

미디어 비판: 우리가 보는 뉴스는 정말 진실을 전달하고 있는가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먼저 불편해졌던 장면은 아침 뉴스 방송 씬이었습니다. 소행성 충돌이라는 인류 최대의 위기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진행자들은 그걸 마치 연예 토크처럼 다룹니다. 웃고 넘기고, 시청자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포장합니다.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익숙한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영화가 겨냥하는 건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전달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영화 속 방송국은 소행성이라는 팩트보다 팝스타 스캔들이 더 많은 트래픽을 끌어모은다는 데이터에 반응합니다. 이게 허구처럼 보이지 않는 건, 실제로 저도 비슷한 걸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또 하나 건드리는 건 알고리즘입니다. 알고리즘이란 플랫폼이 사용자의 반응 데이터를 분석해 더 많은 클릭과 체류 시간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자동화된 콘텐츠 추천 시스템을 말합니다. 영화 속 테크 기업 CEO가 "우리는 당신이 언제 죽을지도 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코믹한 과장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빅데이터 마이닝 기술이 개인의 건강 패턴, 소비 습관, 심리 상태까지 추적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냥 웃을 수가 없습니다. 빅데이터 마이닝이란 방대한 양의 사용자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추출하는 기술로, 현재 광고, 보험, 의료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체험한 건 더 작은 규모였지만 본질은 같았습니다. 특정 이슈를 한 번 검색하면 피드 전체가 그 이슈로 도배되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지 않나요. 알고리즘이 제 관심사를 결정하는 건지, 제가 알고리즘을 통해 관심사를 선택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미디어를 비판하는 방식에서 눈에 띄는 건, 악당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방송 진행자도, 테크 기업 CEO도 각자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그게 더 불편합니다. 나쁜 사람 한 명만 없애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미디어를 통해 드러내는 핵심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요한 정보가 자극적인 콘텐츠에 밀려나는 구조
  • 알고리즘이 공공의 이익보다 플랫폼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방식
  • 진실 전달보다 시청률·트래픽에 최적화된 언론의 관행
  • 과학적 사실조차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

집단 무기력: 알면서도 못 바꾸는 이유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정치인이나 언론이 나쁘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이 구조 안에 있다는 걸 영화가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천문학 박사 과정생 케이트가 소행성 충돌을 세상에 알리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이 되는 방식으로 주목받는 장면이 있습니다. 과학적 경고가 아니라 펑크 룩 대학원생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되는 거죠. 저는 그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제가 어떤 문제를 처음 접할 때 팩트보다 전달자의 이미지에 먼저 반응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꽤 심각하다고 판단한 문제를 팀 내에 공유했는데, 돌아온 반응은 "일단 해보자", "지켜보자"였습니다. 그 문제는 몇 달 후에 실제로 터졌고, 그때서야 모두가 허둥댔습니다. 그때 느꼈던 무력감이 정확히 랜들 민디 교수와 케이트가 백악관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겹쳤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학습된 무력감 이라고 부릅니다. 학습된 무력감이란 반복된 실패나 무시 경험을 통해 "내가 뭘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형성되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경험이 축적된 결과입니다. 영화 속 과학자들이 점점 체념하고, 랜들 민디가 나중에 sns에 매달리는 모습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NASA는 실제로 지구 근접 천체(NEO, Near Earth Object)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잠재적 위험 소행성 충돌 시 대응에 최소 5년이 필요하다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출처: NASA Planetary Defense). 지구 근접 천체(NEO)란 지구 궤도 근처를 지나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게 단순한 SF 설정이 아니라는 점이, 이 영화를 단순 코미디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보를 아는 것과 그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격이,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저도 어떤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면서도 "나 하나가 움직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에 그냥 스크롤을 내린 적이 분명히 있습니다.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그 장면들이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랜들 민디가 가족과 식탁에 앉아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이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에 가장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진심으로 대화하는 것. 그 가장 단순한 것을 우리가 얼마나 미루고 있는지를 묻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돈 룩 업은 소행성보다 소행성이 오는 동안 우리가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더 오래 들여다보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면 세상이 갑자기 바뀌진 않지만, 적어도 다음번에 중요한 신호를 마주쳤을 때 조금 더 천천히 멈추게 되는 영화입니다. 웃으면서 봤는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했던 건, 그 신호가 지금도 계속 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AvYvYUpXCw&t=3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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