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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감독이 태운 'B급 폭주 비행기'
사람은 누구나 유난히 마음이 무겁고 온 세상이 내 어깨를 누르는 듯한 우울한 날을 마주하곤 합니다. 저에게도 얼마 전 그런 날이 찾아왔었습니다. 하는 일마다 뜻대로 풀리지 않고, 끊임없는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속에 회색 구름이 가득 차 있던 날이었습니다.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무작정 기분 전환을 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 '우울함을 날려버릴 수 있는 유쾌한 영화'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품이 바로 배우 하정우 님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롤러코스터>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큰 기대감 없이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제목처럼 그저 정신없이 흘러가는 B급 감성의 코미디 영화일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저의 이러한 섣부른 예상은 기분 좋게 무너졌습니다. 영화 초반부, 비행기가 하늘로 이륙하기 직전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승무원이 한데 모여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상황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방 안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이 황당하고도 매력적인 첫 장면을 기점으로, 저는 영화가 뿜어내는 독특한 에너지에 순식간에 매료되었습니다. 평소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늘 경직되고 조심스럽게만 느껴졌던 공간이, 영화 속에서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연극 무대처럼 코믹하게 뒤바뀌는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온종일 저를 괴롭히던 우울한 감정들과 복잡한 번뇌들이 그 황당한 담배 연기와 함께 싹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지치고 답답했던 날, 이 영화를 선택해 시청했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을 만큼, 저에게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즐거웠던 힐링의 경험이었습니다.
이륙 직전 맞담배 이 발칙한 조종실을 고발합니다.
영화 <롤러코스터>를 보며 제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부분은, 일반인들이 평소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인 '비행기 조종실'을 아주 발칙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보통 조종실이라고 하면 엄격한 통제 속에서 베테랑 조종사들이 진지하게 비행기를 운항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하정우 감독은 이러한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깨부수었습니다. 조종실 내부의 은밀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을 통해, "실제 조종사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허당 가득한 인간 아닐까?"라는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표현한 점이 영화 초반부터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최고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영화의 유머 감각이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은 기내에서 갑작스럽게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였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 승무원이 급하게 의사를 찾았고, 한 남성이 당당하게 나서서 환자를 진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객인 저를 포함해 기내의 모든 이들이 당연히 내과나 외과 등 응급 처치가 가능한 의사일 것이라 굳게 믿고 있을 때, "실례지만 어디 과 의사십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치과 의사'였습니다. 비행기가 흔들리는 재난 상황에서 충치를 치료할 것도 아닌데, 치과 의사가 엄숙하게 환자를 진단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반전 유머였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이 '이렇게 흘러가겠지' 하고 예측하는 모든 클리셰를 교묘하고 유쾌하게 비틀어 버립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치과 의사가 응급 상황의 구원 투수로 나서는 설정은,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과 인간들의 허세를 위트 있게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툭툭 던져지는 대사들과,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의 뻔뻔한 연기 조합은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엉뚱함을 세련되게 담아낸 훌륭한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의 난기류를 만난 당신에게, 이 황당한 처방전을 배달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수많은 스트레스와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가끔은 이유 없는 우울감이 찾아와 온몸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하고, 끊임없는 생각의 고리에 갇혀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아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날이 있었지만, 영화 <롤러코스터>라는 뜻밖의 처방전을 만나 그 우울함을 시원하게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복잡한 인과관계나 무거운 메시지를 억지로 전달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달리는 롤러코스터에 몸을 맡기듯,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황당하고 유쾌한 소동극을 있는 그대로 즐기면 그뿐입니다. 인생이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만 느껴질 때, 혹은 출구 없는 답답함에 웃음을 잃어버렸을 때, 가끔은 이렇게 아무런 계산 없이 온전히 웃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비행기 조종사들의 황당한 흡연 장면이나, 위급 상황 속 치과 의사의 엉뚱한 등장은 지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순수한 유쾌함'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단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 마음껏 웃다 보면, 어느샌가 마음에 쌓여 있던 먼지들이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오늘 하루가 유난히 지치고 우울하셨거나,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나 유쾌한 일탈을 꿈꾸고 계신다면 오늘 밤에는 영화 <롤러코스터> 탑승을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비행기 조종실의 문을 열었을 때 펼쳐지는 엉뚱한 상상력과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여러분의 지친 마음에 따뜻하고 즐거운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끝까지 정중하게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올리며, 여러분의 일상에도 언제나 유쾌한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마음 깊이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