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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속 아찔한 상상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비밀을 품고 살아갑니다. 저 역시 평소에 "나는 부끄러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다녔던 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완벽한 타인>을 극장에서 관람하던 그날 이후, 제 당당함 뒤에 숨은 조그만 유치함과 비밀들이 아주 새삼스럽게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식탁 위에 각자의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지금 이 순간부터 오는 모든 전화와 문자, 이메일을 강제로 공유하자는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저는 속으로 '에이, 저게 무슨 큰일이 되겠어?'라며 가볍게 웃어넘겼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 흔한 농담이나 장난 섞인 메시지 몇 개 정도가 터져 나오며 유쾌한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영화의 몰입도가 극에 달할수록, 제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의 제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 당장 내 가장 친한 친구들, 혹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저녁을 먹다가 똑같은 게임을 제안받는다면 나는 과연 당당하게 내 핸드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아찔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남들에게 해를 끼칠 만한 엄청나게 거대한 악행이나 범죄 같은 비밀은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소소한 불평, 혼자만의 은밀하고 유치한 취미 생활이 담긴 검색 기록, 혹은 굳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통장 잔고 알림 같은 것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특히 친한 친구에게 다른 친구의 험담을 아주 살짝 보냈던 과거의 메신저 기록이나, 스스로도 부끄러운 흑역사가 가득한 사진첩이 떠오르는 순간에는 온몸에 닭살이 돋는 것만 같았습니다. 타인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면서, 영화관이라는 안전한 공간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제 치부가 들통나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화면 속 가상의 인물들이 겪는 비극이 아니라, 오늘날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기계에 자신의 온 영혼과 삶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 모두의 아슬아슬한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 핸드폰 화면을 유난히 정성스럽게 닦아내며, 왠지 모를 안도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꼈던 그 묘한 감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
영화 <완벽한 타인>이 가진 가장 독보적인 매력은 무엇보다도 저녁 식사 자리라는 극히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모든 이야기가 밀도 있게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액션 신이나 거대한 CG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인물들의 대사와 스마트폰의 진동 소리만으로 관객의 숨통을 조여 오는 연출력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의 다정한 안부 인사와 가벼운 농담으로 화기애애하게 시작된 장난이, 시간이 흐를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스마트폰에 도착하는 메시지와 전화는 인물들이 꽁꽁 숨겨두었던 위선과 거짓말의 판도라 상자를 하나씩 열어젖혔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감은 보는 내내 제 가슴을 졸이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미롭고도 괴로웠던 지점은, 타인의 비밀을 대하는 제 마음속의 이중적인 감정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부적절한 관계나 감추고 싶었던 치부가 드러날 위기에 처했을 때, 관객인 제 마음 한편에서는 "제발 들키지 말고 무사히 넘어가라"라며 손에 땀을 쥐고 주인공의 입장에 감정 이입을 감행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타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겪게 될 파멸과 관계의 붕괴가 가져올 불편함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본능적인 방어기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제 마음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차라리 속 시원하게 다 들통나서 저 가식적인 모습을 통쾌하게 깨부수어라!" 하는 삐딱한 열망이 강하게 솟구치기도 했습니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하는 인물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위선이 폭로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제 안의 모순적인 심리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러한 양가적인 감정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팽팽하게 대립하며 저를 스크린 앞에 꼼짝없이 묶어두었습니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는 소동극은 단순히 자극적인 폭로전이 아니라,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의 본질이 얼마나 취약하고 유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우리는 어쩌면 적당한 거리감과 모르는 척해 주는 미덕을 통해 간신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생각이 깊게 남았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이들의 삶이 스마트폰 진동 몇 번에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나약함과 가식에 대해 깊은 씁쓸함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강한 거리감에 대하여
영화의 막이 내리고 상영관의 불이 켜졌을 때, 주변의 관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각자의 스마트폰을 확인하던 풍경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코미디였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쉴 새 없는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웰메이드 영화이지만, 영화가 끝난 뒤 던지는 질문의 무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연인이자, 부모이자, 자식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친구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어떤 친밀한 관계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영역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영화 속 인물들이 파국을 맞이했던 진짜 이유는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날 것 그대로의 진실을 강제로 마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제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오래된 속담이 가장 지혜로운 정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비밀이 없는 투명한 관계가 가장 이상적 일지 모르지만, 역설적이게도 상대방의 사적인 영역을 존중해 주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해 주는 것이야말로 관계를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켜주는 방어벽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작은 방을 필요로 하는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인간의 본성은 월식과 같아서 잠시 가려질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그 드러남의 과정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잔인한 방식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비록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과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가치 있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생각을 깊게 만들면서도 지루할 틈 없이 유쾌하게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한국 영화를 만난 것 같아 무척 기쁜 마음입니다. 혹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이 계신다면, 오늘 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혹은 홀가분하게 혼자서 이 아슬아슬한 식탁 위의 심리전을 꼭 한 번 감상해 보시기를 정중히 권해드립니다. 단, 영화를 보신 후에 절대로 주변 사람들과 스마트폰 공유 게임을 시도하지는 마시라는 유쾌한 당부의 말씀을 전하며, 솔직하고도 긴장감 넘쳤던 <완벽한 타인>의 리뷰를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