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하늘, 김영광, 차은우, 강영석. 이 네 명이 태국으로 떠나는 코미디 영화 《퍼스트 라이드》가 10월 29일 개봉했습니다. 저도 개봉 당일 극장을 찾았는데, 솔직히 기대치가 높지 않았습니다. 요즘 코미디 영화에서 너무 많이 실망한 탓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예상보다는 훨씬 볼 만했습니다.
코미디 리듬을 아는 감독, 웃음의 타율
《퍼스트 라이드》는 남대중 감독의 작품입니다. 《위대한 소원》, 《기방도령》, 《30일》을 거쳐 온 감독답게, 이 영화에서는 코미디 특유의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코미디 리듬감이란,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의 빌드업과 타이밍, 즉 언제 치고 빠지느냐를 아는 연출 감각을 의미합니다. 개그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배우가 잘해도 웃음이 터지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그 리듬이 이 영화에선 제법 살아 있었습니다. 특히 반복 개그, 즉 같은 상황을 여러 번 되풀이하면서 웃음을 쌓아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차은우가 '인형'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대표적인데, 처음엔 당황스럽다가 반복될수록 점점 웃기는 구조입니다. 이른바 콜백 개그라고 불리는 방식인데, 이는 앞서 나온 상황이나 대사를 나중에 다시 꺼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기법입니다. 이 기법이 작동하려면 처음 장면 자체가 충분히 세팅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 균형을 어느 정도 잡습니다.
배우들의 앙상블(ensemble), 즉 여러 배우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집단적 연기 케미스트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강하늘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중심을 잡고, 김영광은 최근 드라마 《트리거》에서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와 전혀 다른 코미디 연기를 꽤 자연스럽게 소화합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놀란 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김영광이 이런 장르도 된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한선화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태국 호텔 장면에서 마치 스릴러처럼 등장하는 미장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속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 배우의 위치, 소품 배치 등을 통해 분위기를 연출하는 영화적 기법입니다. 코미디 영화 안에서 이 기법을 잠깐 비틀어 사용한 그 장면은, 개인적으로 영화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퍼스트 라이드》의 웃음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말장난과 대사 중심의 언어 개그
- 콜백 개그를 활용한 반복 웃음 구조
- 캐릭터의 개성 차이에서 오는 상황 코미디
- 조연 배우들(윤경호, 최규아 등)의 소소한 웃음 포인트
첫 도전의 서사, 클리셰지만 공감이 되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의 서사 구조는 클리셰입니다. 클리셰란 너무 자주 사용되어 참신함을 잃은 표현이나 이야기 패턴을 의미합니다. 네 명의 친구가 처음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틀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중간 반전도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대부분 미리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꼭 단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가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당시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 부딪히니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 연속으로 쏟아졌습니다. '내가 이걸 계속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영화 속 네 친구들이 태국 현지에서 계획이 무너지고 당황하는 장면들이, 그 시절 제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처음'이라는 건 언제나 그렇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해도 실전은 다르고, 그 어색함과 실수가 쌓이면서 결국 조금씩 나만의 방식이 생깁니다.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처음이라서 서툰 게 당연하고, 그 과정이 결국 성장의 자산이 된다는 것.
요즘 젊은 세대에게 '처음'이 더 무거운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청소년과 청년층의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꾸준히 지목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가 '뇌 빼고 보는 킬링타임용'이라는 표현 뒤에 사실 꽤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분석적으로 파고들면 설정의 허점이 꽤 보입니다. 개연성이 약한 장면도 있고, 일부 캐릭터의 행동은 논리적으로 납득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는 기본적으로 현실과 다소 다르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관객이 자발적으로 의심을 내려놓는 수용 방식을 전제로 합니다. 이 규칙을 받아들이고 보면, 영화는 꽤 유쾌하게 흘러갑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B급 코미디가 아니라, 코미디의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감독이 만든 B티어 영화입니다. 즉, 작품성이 탁월하진 않지만 장르 안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 영화라는 뜻입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극장의 큰 화면이나 강렬한 사운드가 필수인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 가볍게 웃고 싶을 때 선택지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만약 지금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려다 망설이고 있다면, 이 영화가 묘하게 작은 용기 한 조각을 건네줄지도 모릅니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던 저 자신을 떠올리게 해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