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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후기, 김태리 보러 틀었다가 정치를 알게 됐다

수익기록자 2026. 8. 4. 21:11

목차


    김태리 보려고 틀었다가 정치에 관심 가지게 됐습니다. 1987년이 제가 아기 때 일인데, 이 영화 하나가 정치에 아무런 관심 없던 나를 정치와 역사를 찾아보게 되는 나로 바꿨습니다.

    1987, 김태리 보러 틀었다가 정치에 빠졌다

    단순히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 <1987>을 재생했습니다. 화려한 출연진과 평소 좋아하던 배우 김태리의 얼굴을 보려는 사소한 호기심이 계기였습니다. 그러나 화면에 몰입할수록 그 가벼웠던 호기심은 묵직한 몰입감으로 변해갔습니다. 단순한 팬심으로 시작했던 시청이 한국 현대사의 가장 뜨거웠던 한 페이지로 끌어당겨진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박처원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의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습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궤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리얼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캐릭터 자체에 깊은 혐오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 뒤에 숨어 권력을 정당화하는 인물의 차가움은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신념이라는 명목하에 타인의 인권과 생명을 철저히 짓밟는 인물들을 보며, 과연 인간으로서 저럴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사람의 존엄성이 권력의 폭력 앞에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이 느꼈을 공포가 얼마나 가혹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배우를 보기 위해 시작했던 영화 한 편이 결국 우리의 잔혹했던 역사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1987>은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를 넘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권리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강렬한 작품입니다.

    영화 보고 박종철·6월항쟁 직접 찾아봤다

    영화 <1987>이 남긴 여운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화면 속 연출된 이야기로만 흘려보내기에는 화면 너머의 역사적 사실들이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실제 사건들을 하나씩 직접 검색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었습니다. 1987년 1월, 서울대학교 학생이었던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법 체포되어 참혹한 물고문 끝에 숨졌다는 진실을 하나씩 확인하며 밀려오는 먹먹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정권이 이를 숨기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 했다는 사실은 영화 속 장면보다 훨씬 더 냉혹하고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청년의 억울한 희생과 이를 덮으려 했던 폭력적인 권력의 민낯을 접하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역사의 무게감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이어서 그 희생이 불러일으킨 '6월 민주항쟁'의 과정도 자세히 찾아보았습니다. 서울을 넘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당시의 기록과 사진들은 소름이 돋을 만큼 뜨거웠습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넥타이를 맨 직장인, 상인, 평범한 이웃들까지 하나 되어 민주주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던 역사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한 편을 계기로 접하게 된 역사적 진실은 단순한 정보 탐색 이상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름 모를 이들의 수많은 희생과 용기로 이루어진 값진 결과물임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최소한의 책임이자 예의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정치 무관심 친구에게도 추천한 이유

    영화 <1987>을 시청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영화는 나 혼자만 보고 끝낼 작품이 아니다'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정치나 역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친구들은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망설임 없이 이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상업 영화를 넘어, 오늘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우리의 이야기이자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며 건넨 핵심은 '현재의 감사함'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로운 언론, 내 손으로 직접 대표를 뽑는 투표권, 그리고 거리를 안전하게 거닐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결코 당연하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시절, 자신의 안위보다 국가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의 무자비한 폭력과 맞서 싸웠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가 있었기에 비로소 지금의 우리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화 추천을 계기로 부모님과도 당시 시대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1987년 당시를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그 시절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해야 했던 지독하게 서슬 퍼런 시기였으며, 길거리를 걸어 다닐 때조차 혹시라도 시위대로 오인받거나 불심검문에 걸릴까 봐 늘 조심스럽고 불안함 속에서 지내야 했던 시대였다고 회상하셨습니다.

    특히 부모님께서는 그 시절이 너무나도 서슬 퍼렇고 불확실했던 공포의 연속이었기에, 한편으로는 다시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프고 '기억하기 싫은 시절'이기도 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셨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조차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그 시대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영화가 담아낸 비극과 희망의 무게가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정치와 역사라는 주제는 때로는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87>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록을 넘어,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지금의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로 이루어졌는지를 일깨워주는 이정표입니다. 그렇기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친구라 할지라도,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꼭 한 번쯤은 이 영화를 마주하고 그 의미를 함께 나눌 가치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