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너머로 전해진 숨 막히는 긴장감과 나의 몰입평소 액션이나 전쟁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라, 주말을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팝콘을 크리스 카일의 이야기를 다룬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틀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전설적인 저격수의 통쾌한 액션 블록버스터겠거니' 하는 얕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주연 배우인 브래들리 쿠퍼의 탄탄한 연기력도 워낙 유명하니, 눈이 즐거운 훌륭한 킬링타임용 영화 한 편을 감상하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저는 화면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이 영화가 선사하는 액션과 긴장감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습니다. 스나이퍼라는 보직 특성상,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극도의 정적 속에서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순간들..
일상 탈출을 꿈꾸던 주말, 모가디슈를 만나다평소에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만, 한동안 바쁜 일상에 치여 영화관은커녕 집에서 OTT 서비스를 켜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와 씨름하다 보면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고, 주말이 되어도 그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숏폼 영상만 의미 없이 넘기는 게 전부였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가슴을 뻥 뚫어줄 만한 강렬하고도 묵직한 이야기가 그리워졌습니다. 대중들의 평이 워낙 좋았던 기억이 나, 주말 저녁 큰맘 먹고 거실 불을 모두 끈 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영화 '모가디슈'를 재생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입이 심심할까 봐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머그잔에 담아두고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단순..
처음 만난 사람이 나를 경계할 때, 그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사업 초창기에 거래처 담당자와 첫 미팅을 했을 때 그 어색함의 원인을 한참 동안 상대 탓으로만 돌렸습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영화 그린북을 보면서 남다르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인종도, 계층도, 가치관도 다른 두 남자가 8주간의 여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현실에 가깝습니다.편견은 어디서 시작되는가토니 발레론은 1962년 뉴욕의 한 클럽에서 일하는 노련한 웨이터입니다. 클럽 내부 공사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돈이 절실해진 토니는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 겸 개인 보조로 면접을 봅니다. 면접 자리에서 "흑인 밑에서 일하는 데 문제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 아무렇지 ..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 두 달을 보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출신도, 생각도, 사는 방식도 전혀 다른 사람과 차 한 대에 올라타서요. 영화 그린북은 바로 그 상황에서 출발합니다. 저도 직접 겪어보니,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관계가 시간이 쌓이면서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기억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겹쳐 보였습니다.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한 차에 타다1962년 뉴욕. 클럽에서 일하던 웨이터 토니 발레론가는 갑작스러운 공사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습니다. 생계가 급해진 그는 운전기사 자리를 찾아 면접을 보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납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돈 셜리 박사, 그것도 흑인 피아니스트였습니다.두 사람의 거리감은 첫 만남부터 역력했습니다. 토니는 인종차..
"스포츠 영화는 어차피 이기는 결말 아니야?"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리바운드》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폐부 직전의 농구팀이 전국 대회 결승까지 오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보는 내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포기 직전의 팀, 그래도 코트에 선다는 것일반적으로 스포츠 영화라고 하면 처음부터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영화를 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리바운드》의 출발점은 그야말로 바닥입니다. 한때 명문이었던 부산 중앙고 농구부는 존폐 위기에 놓였고, 코치 자리조차 아무도 원하지 않아 공익 근무요원 출신의 강양현이 '떨이'처럼 맡게 됩니다.강양현 코치가 선수를 모으는 과정도 처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