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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생각없이 봤는데 20살 내 모습이랑 너무 겹쳐서 깜짝 놀랬습니다. 그때 당시의 미래에 대한 불안, 진로의 고민, 이성의 고민까지 영화내용과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재미있게 시청한 영화였습니다.
영화 스물, 20살 내 모습이랑 너무 겹쳤다.
영화 <스물>을 다시 펼쳐보았을 때, Screen 너머 주인공들의 모습은 과거 스무 살의 제 초상과 다름없었습니다. 타인의 눈에는 거창한 신념처럼 비쳤을지도 모를 그 시절의 무기력과 엉뚱함이, 사실은 삶의 방향타를 잃은 막막함의 역설적인 표현이었다는 점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꿈"이라며 짐짓 허세를 부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 가벼운 언어의 껍데기를 한 겹 벗겨내 보면, 도대체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거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어떤 문을 열어야 할지 몰라 서성대던 그 시기의 어설픔은,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는 모든 이들이 치러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였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세 청춘이 보여주는 찌질하면서도 눈부신 방황은 단순한 픽션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청춘의 소묘였습니다. 정해진 정답도, 명확한 이정표도 없었기에 매 순간이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던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 서툴렀던 방황조차도 결국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흙이 되었음을 비로소 알게 됩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기성품 같은 정답에 맞춰 자신을 압박하기보다는, 때로는 막막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혼란 자체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스물이라는 나이는 완벽한 결론을 내리는 시기가 아니라, 마음껏 방황하며 스스로의 색깔을 찾아가는 시작점에 불과하니까요.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둠 속을 거니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고 계신다면, 그 막막함 역시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가장 진실된 과정 중 하나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항해사 승선 VS 대학, 두려웠던 선택
인생의 커다란 갈림길 앞에서 어떤 경로를 선택해야 할지 아득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게는 선박 항해사로서 바다로 나아가는 승선의 길과 일반적인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적인 갈림길이 바로 그러한 모퉁이였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일은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며, 거친 바다 위에서 펼쳐질 일상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실습 과정 1년을 거쳐 정식 항해사로 3년 이상 배를 타고, 이후 육상 해운회사로 진출하는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되어 있었음에도 선뜻 확신을 갖기는 어려웠습니다. 계산기 위에 올려진 미래의 계획보다 더 컸던 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삶의 형태가 주는 본능적인 거부감과 두려움이었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친구들과 모여 밤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섯 시간, 일곱 시간이 넘어가도록 이어진 그날 밤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서로의 불안을 보듬어주는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스물> 속 청춘들이 정답 없는 질문을 던지며 밤을 지새우듯, 우리 역시 미완의 언어들로 각자의 두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완벽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음에도 온밤을 지새우며 나눈 감정의 공유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했던 마음에 커다란 위안과 용기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삶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감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우리가 자신의 삶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과정에서 겪는 방황과 친구들과 나누었던 깊은 대화의 흔적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삶의 든든한 양분이 되어줍니다. 혹시 지금 선택의 기로에서 밤을 지새우고 계신다면, 그 두려움마저도 청춘이 가진 가장 눈부신 특권임을 믿고 스스로를 조금 더 신뢰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첫 승선, 7일 배멀미와 바나나
거친 바다 위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저를 맞이한 것은 낭만이 아닌 혹독한 현실이었습니다. 승선하자마자 악천후를 만나 일주일 내내 거세게 흔들리는 선체 속에서, 몸도 마음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음식물을 입에 넣는 족족 토해내기를 반복하며 칠 일이라는 시간 동안 손에 꼽을 만큼밖에 먹지 못했고, 혹독한 배멀미는 청춘의 첫 출발을 지독한 고통으로 물들였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괴로움 속에서 작은 구원의 손길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2등항해사 선배가 건네준 바나나 한 송이였습니다. 배멀미로 속이 뒤집힐 때에는 그나마 바나나가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며 무심하게 챙겨준 그 따뜻한 배려는, 낯선 바다 한가운데서 외로이 버티던 저에게 단순한 양식을 넘어 커다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영화 <스물>에서 주인공들이 혹독한 사회의 매운맛을 보며 어설프게 넘어지고 깨지듯, 저 역시 거친 파도 앞에서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적응력과 청춘의 회복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인했습니다. 불과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저는 거센 파도로 배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한 손으로 식판을 가볍게 든 채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는 숙련된 항해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첫 시련은 언제나 감당하기 힘들 만큼 거대하고 두렵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청춘들이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듯, 매서운 멀미와 방황의 시간 또한 결국에는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고 한층 더 단단해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지금 인생의 거친 파도 속에서 휘청거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그 흔들림마저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담대하게 식사를 즐기게 될 자신의 모습을 믿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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