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앞의 꼬마, 그리고 '반칙왕'과의 운명적 만남어릴 적 저의 주말은 온통 화려한 사각 링 위를 수놓는 영웅들의 차지였습니다. 당시 전 세계를 뒤흔들던 WWF(지금의 WWE)의 레슬링 스타들은 제 유년 시절의 가장 큰 동경 대상이었습니다. 노란 겨자색 바지를 입고 터질 듯한 근육을 자랑하던 헐크 호건이나, 얼굴에 화려한 페인팅을 하고 야생마처럼 링 위로 돌진하던 얼티밋 워리어의 모습은 소년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들이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고 챔피언 벨트를 들어 올릴 때마다, 저 역시 방구석 이불 위에서 텔레비전 화면이 떠나갈 듯 고함을 지르며 환호하곤 했습니다. 당시 저에게 그들은 단순한 운동선수가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초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늘 자그..
을 만나기 전과 후, 그리고 극장에서의 강렬한 순간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대개 지나치게 어둡거나, 혹은 관객에게 억지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조로 흘러가기 십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소 최동훈 감독님의 세련된 연출력을 좋아했던 터라, 주말에 큰 마음을 먹고 팝콘을 한 아름 안은 채 극장 명당자리에 앉았습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마주한 1930년대의 경성과 상해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고, 영화가 시작된 지 단 10분 만에 저는 스크린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극장 안의 공기는 기묘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암살 작전이 펼쳐질 때는 숨소리조차 크..
탁구채 하나 제대로 못 쥐던 내가 영화 를 만나기까지안녕하세요! 여러분은 혹시 살면서 무언가에 미치도록 몰입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부끄럽지만 저는 학창 시절 체육 시간만 되면 슬그머니 그늘로 도망치던 자타공인 '운동치'였습니다. 특히 탁구는 저에게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그 조그만 셀룰로이드 공이 탁구대 위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 눈이 어지러울 뿐이었고, 제가 채를 잡으면 공은 늘 엉뚱한 하늘로 날아가기 일쑤였으니까요.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저게 그렇게까지 소리를 지를 일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감성 메마른 청년이 바로 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리모컨을 돌리다가 우연히 채널을 멈추게 된 영화가 바로 ..
영화를 보며 떠오른 나의 철없던 학창 시절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우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기억들이 많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왜 그리도 공부가 하기 싫었는지, 교과서에 나오는 미적분 공식보다 교문 앞을 지나가는 이웃 학교 학생의 얼굴이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영화 을 보는 내내 제 가슴 한구석에 뽀얗게 먼지가 앉아 있던 그 시절의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반해원과 정태성이 강희원을 두고 유치하게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며, "아, 나도 저렇게 철없고 뜨거웠던 때가 있었지" 하는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당시에 제 인생의 온전한 우주는 오로지 좁은 학교 교실과 매일 붙어 다니던 철부지 친구들이 전부였습니다. 친구가 슬픈 일이 있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같이 울어주고, 좋아하..
철부지 학생에서 영화 속 주인공의 나이가 되기까지처음 이 영화를 접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푸릇푸릇하고 세상 무서울 것 없던 학생 시절이었지요. 그 당시 저에게 는 그저 '와, 최민식하고 류승범 연기 진짜 기가 막힌다', '권투 시합 장면 정말 타격감 넘치고 화끈하다' 정도의 강렬한 액션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인공들이 왜 그렇게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주먹을 날리는지 그 깊은 속사정까지는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철부지였습니다. 그저 화면 속의 화려한 미장센과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며 감탄하기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극 중 태식(최민식 분)이 거리에서 매를 맞으며 돈을 벌 때도, '아, 참 힘들게 사네' 하는 단순한 동정심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
산을 무서워하던 내가 마주한 거대한 감동안녕하세요! 여러분은 혹시 '등산'을 좋아하시나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평소에 동네 뒷산만 올라가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자칭 '저질 체력'의 소유자랍니다. 친구들이 주말에 관악산이나 북한산이라도 가자고 제안하면 온갖 핑계를 대며 도망치기 바빴던 사람이 바로 저예요. 산이라는 존재는 그저 멀리서 바라볼 때만 아름답고, 직접 올라가기에는 너무나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렇게 산과 내외하며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주말 저녁에 이 영화 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자연경관을 구경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소파에 누워 팝콘을 먹으며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하얀 눈으로 뒤덮인 에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