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바다에서 만난 낯선 공포, 그리고 나의 특별한 시선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 재난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작품, 바로 영화 를 본 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 대한민국, 특히 부산의 앞바다에 대해 남다른 지리적 상식을 조금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이라는 거대한 섬나라가 태평양에서 몰려오는 거대한 지진해일, 즉 쓰나미를 1차적으로 든든하게 막아주는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학창 시절부터 "우리나라 남해안이나 동해안에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초대형 쓰나미가 들이닥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품고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배..
사춘기 소년이 넷플릭스에서 다시 만난 90년대 홍콩어린 시절, 정확히는 감수성이 예민하다 못해 폭발하던 사춘기 시절에 저는 우연히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화면 속을 가득 채우던 화려하고도 쓸쓸한 홍콩의 밤거리, 그리고 인물들의 낯선 방황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색감과 어딘지 모르게 멋져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에 넋을 잃었을 뿐이었지요. 세월이 흘러 일상에 치여 살던 어느 날, 넷플릭스에서 이 전설적인 작품이 리마스터링 되어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설렘이 피어올랐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으로 다시금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기술로 깔끔하게 다듬..
락과 댄스만 알던 내가 트로트 영화를 마주하기까지안녕하세요. 여러분은 평소에 어떤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들으시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부끄럽지만 제 과거 이야기를 먼저 고백하자면, 저는 지독할 정도로 편식을 하는 음악 청취자였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제 귀를 사로잡았던 것은 오직 비트가 강렬한 댄스 음악과 가슴을 뻥 뚫어주는 락 음악뿐이었습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베이스가 쿵쿵 울리거나 일렉 기타의 날카로운 솔로가 흘러나와야만 비로소 '진짜 음악을 듣고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지요. 반면 트로트라는 장르는 저에게 있어서 그저 명절날 부모님이 틀어놓으시는 라디오에서나 나오는 노래, 혹은 동네 어르신들이 약주 한잔 걸치시고 부르는 소위 '어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텔레비전 앞의 꼬마, 그리고 '반칙왕'과의 운명적 만남어릴 적 저의 주말은 온통 화려한 사각 링 위를 수놓는 영웅들의 차지였습니다. 당시 전 세계를 뒤흔들던 WWF(지금의 WWE)의 레슬링 스타들은 제 유년 시절의 가장 큰 동경 대상이었습니다. 노란 겨자색 바지를 입고 터질 듯한 근육을 자랑하던 헐크 호건이나, 얼굴에 화려한 페인팅을 하고 야생마처럼 링 위로 돌진하던 얼티밋 워리어의 모습은 소년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들이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고 챔피언 벨트를 들어 올릴 때마다, 저 역시 방구석 이불 위에서 텔레비전 화면이 떠나갈 듯 고함을 지르며 환호하곤 했습니다. 당시 저에게 그들은 단순한 운동선수가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초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늘 자그..
20대의 철없던 질투와 40대의 아련한 재회어느덧 불혹을 훌쩍 넘긴 40대의 나이가 되고 보니, 가끔은 방구석 한 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옛 앨범을 들추듯 과거의 기억들이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얼마 전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영화가 바로 이었습니다. 이 영화와 얽힌 저의 20대 초반 기억은 사실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당시 파릇파릇하던 시절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소문난 배우 송중기 씨의 열혈 팬이었거든요. 어느 날 눈을 반짝이며 이 영화를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제 손을 이끌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시절의 저는 극장에 가면서도 속으로 투덜거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대체 늑대인간 같은 판타지 영화를, 그것도 한국 영화로 왜 보러 가야..
을 만나기 전과 후, 그리고 극장에서의 강렬한 순간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대개 지나치게 어둡거나, 혹은 관객에게 억지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조로 흘러가기 십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소 최동훈 감독님의 세련된 연출력을 좋아했던 터라, 주말에 큰 마음을 먹고 팝콘을 한 아름 안은 채 극장 명당자리에 앉았습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마주한 1930년대의 경성과 상해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고, 영화가 시작된 지 단 10분 만에 저는 스크린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극장 안의 공기는 기묘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암살 작전이 펼쳐질 때는 숨소리조차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