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날, 극장에서 마주한 '반도'의 첫인상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가 몇 년 전 여름,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를 피해 도망치듯 찾아갔던 극장에서 만난 영화, 바로 <반도>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생생한 추억을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당시 전 세계를 휩쓸었던 영화 <부산행>의 엄청난 팬이었던 저는, 그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마침내 극장 의자에 앉아 팝콘을 한 움큼 쥐었을 때의 그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어두워진 상영관 안에서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고, 익숙했던 한반도가 완전히 폐허가 된 모습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마시던 콜라를 뿜을 뻔했습니다. 전작의 깔끔하고 좁은 기차 안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광활하고 황폐해진 서울의 도심이 통째로 좀비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더군요. 사실 저는 겁이 꽤 많은 편이라 좀비 영화를 볼 때마다 옆 사람의 팔을 붙잡거나 눈을 가리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반도>는 무서워서 눈을 가리기보다는, 몰아치는 카체이싱 액션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미성년자 캐릭터들이 거대한 SUV를 몰고 좀비들을 사정없이 쓸어버리는 질주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내적 환호성을 지르며 발가락을 꼬물거렸습니다. '와, 나도 운전면허가 있지만 저런 운전은 꿈도 못 꾸는데!' 하면서 대리 만족을 제대로 느꼈죠. 영화가 끝난 후 극장 문을 나서는데,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온몸에 소름과 짜릿한 전율만 남아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괜히 멀쩡한 주변 승객들을 슬쩍 쳐다보며 '만약 지금 여기서 좀비가 나오면 난 어떻게 도망쳐야 하지?'라는 쓸데없고 유쾌한 상상을 하며 혼자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제게 <반도>는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린 강렬한 시각적 축제이자 잊지 못할 여름날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폐허 속에서 피어난 인간성과 K-액션의 신세계
영화 <반도>를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영화가 던진 여러 가지 메시지와 장면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맴돌았습니다. 많은 분이 전작인 <부산행>과 비교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영화가 가진 독창적인 매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우선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좀비라는 공포의 대상을 영리하게 활용한 '카체이싱 액션'이었습니다. 기존의 좀비물들이 인간을 쫓는 괴물들의 기괴함에 집중했다면, <반도>는 좀비의 특성인 '빛과 소리에 반응한다'는 점을 역이용해 화려한 자동차 액션의 소모품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화려한 LED 조명이 빛나는 RC카로 좀비들을 유인하고, 헤드라이트로 그들의 눈을 멀게 하며 질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국형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신세계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의 <매드맥스>가 부럽지 않은 K-액션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지요. 하지만 제 마음을 가장 묵직하게 두드린 것은 화려한 액션 뒤에 숨겨진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영화 속 '631부대'는 좀비보다 더 잔인하게 변해버린 인간의 괴물 같은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살기 위해 남을 짓밟고, 심지어 생존자들을 데리고 인간 사냥 게임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진짜 좀비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반면, 절망적인 폐허 속에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려는 민정(이정현 분)의 가족을 보며 진정한 인류애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경이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본질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신파적인 요소가 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것 또한 가장 한국적인 정서인 '정(情)'과 '가족애'를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극대화해 표현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며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절망의 땅 '반도'가 우리에게 남긴 희망의 불씨
이제 글을 마무리하며, 영화 <반도>가 단순히 팝콘을 먹으며 즐기는 오락 영화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Peninsula', 즉 반도입니다. 대륙과 연결되어 있지만 갇혀 있는 땅, 어쩌면 탈출할 곳이 없는 거대한 고립을 상징하는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이 지옥 같은 반도를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칩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자락에 이르러, 주인공 정석(강동원 분)이 내린 선택과 아이들이 보여준 순수한 희망은 우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줍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무리 살기 팍팍하고 절망적일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 말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내가 살던 세상도 나쁘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환경이 좋아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긴 시간 동안 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유쾌한 영화 <반도> 관람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거나, 혹은 개봉 당시에 보고 잊고 계셨던 분들이 있다면 이번 주말에 시원한 음료 한 잔과 함께 다시 한번 감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처음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의 절박한 눈빛과, 폐허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미가 새로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좀비처럼 끈질기게 다가오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 속에서도, 여러분 모두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유쾌함과 희망을 잃지 않으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다음번에도 더욱 흥미진진하고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영화처럼 다이내믹하고, 동시에 평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