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두 앞에서는 나도 쿵푸 마스터, 포에게서 나를 보다
처음 영화 <쿵푸팬더>를 극장에서 만났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솔직히 주인공이 멋진 호랑이나 날렵한 학도 아니고, 굴러다니는 거대 판다라는 설정부터가 제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영화관 의자에 깊숙이 묻혀 팝콘을 한 움큼 입에 집어넣던 제 모습이, 스크린 속에서 국수 국물을 마시며 행복해하는 '포'와 너무나 똑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울을 보는 듯한 묘한 동질감에 영화 시작 5분 만에 저는 이미 포의 열렬한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제가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던 장면은 시푸 사부님이 포를 훈련시키기 위해 '만두'를 미끼로 쓰는 부분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다리도 안 찢어지고 1초만 뛰어도 숨을 헐떡이던 녀석이, 젓가락에 걸린 덤플링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 역시 평소에는 침대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귀차니즘'의 노예이지만, "오늘 저녁은 삼겹살에 소주다!"라는 친구의 카톡 한 줄이나, 한정판 배달 쿠폰이 뜨는 순간에는 그 누구보다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이거든요. 인생의 원동력이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과 '소소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포와 저는 영혼의 단짝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처럼 멋지게 각성해서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담도 재밌었지만, 저에게 이 영화는 "야, 너도 맛있는 거 앞에서는 초능력 발휘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아주 친근하고 유쾌한 동네 친구 같은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비법은 없어!" 밍밍한 국물 같은 내 인생도 특별해질 수 있을까?
이 영화가 단순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넘어 제 인생작이 된 이유는 중반 이후에 나오는 '용문서(Dragon Scroll)'의 반전 때문입니다. 전설의 비밀이 담겨있다는 번쩍이는 스크롤을 겨냥해 목숨 걸고 싸웠는데, 막상 펼쳐보니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텅 빈 거울이었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하지만 포의 아버지가 건넨 "국수 맛의 비법? 그런 건 없다. 그냥 내가 특별하다고 믿으면 특별해지는 거다"라는 대사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띵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인생의 치트키'나 '성공 방정식' 같은 대단한 비법을 찾아 헤매곤 합니다. "남들은 저렇게 잘 나가는데, 왜 내 인생은 이 모양일까?"라며 자책하기도 하고, 주식 대박 비법이나 연봉 올리는 치트키를 검색창에 두드리며 밤을 지새우기도 하죠. 그런데 영화는 아주 쿨하게 말합니다. 네가 대단한 스펙이 없어도, 몸매가 둥글둥글해도, 그냥 너라는 존재 자체를 믿고 뻔뻔하게 밀고 나가면 그게 바로 '용의 전사'라고 말이죠. 포가 타이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건 뼈를 깎는 무술 비법을 전수받아서가 아니라, 뱃살을 이용해 공격을 튕겨내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저도 남들의 기준에 저를 맞추려고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제 인생이 평범한 멸치국수처럼 밍밍해 보일지라도, 내가 특별하다고 믿는 순간 이 인생도 미쉐린 가이드급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쿵푸팬더가 던진 뼈 때리는 띵언, 오늘을 살아갈 용기
결론적으로 <쿵푸팬더>는 배꼽 잡는 슬랩스틱 코미디 속에 묵직한 인생의 진리를 숨겨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입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OST "Kung Fu Fighting"을 흥얼거리며, 괜히 허공에 대고 포의 시그니처 포즈인 "샤방샤방~" 손짓을 따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제 마음속에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가득 차올랐었습니다. 영화 속 우그웨이 대부님이 남긴 명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수수께끼지만, 오늘은 선물이다. 그래서 Present라고 부른다."* 뻔한 말 같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에 치여 허덕이는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따뜻한 위로가 있을까 싶습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이라는 선물을 까보지도 않고 썩히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포처럼 가끔은 멍청해 보일 정도로 낙천적으로, 맛있는 것에 감동하며 오늘 하루를 즐기는 것이 진정한 삶의 고수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지금 삶이 무료하거나,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면 고민하지 말고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뚱뚱한 판다 한 마리가 온몸으로 부딪치며 전하는 유쾌한 위로를 받고 나면, 내일부터는 다시 한번 세상이라는 링 위로 씩씩하게 걸어 나갈 용기가 생길 테니까요. 자, 다들 가슴을 쫙 펴고 외쳐봅시다. "스카두쉬(Skadoo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