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평균 30건이라는 사실, 영화 속 대사로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직 검사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권력의 이면에 쌓여가는 서류 더미. 영화 〈더 킹〉은 그 간극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타락해 가는지를 2시간 넘게 밀도 있게 보여줍니다.1980년대 대한민국, 검사라는 직업의 무게영화의 배경은 군사 정권이 막을 내리고 민주화 열기가 들끓던 1980~90년대입니다. 이 시기 사법고시는 말 그대로 신분 상승의 유일한 사다리였습니다. 여기서 사법고시란 판사·검사·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국가 시험으로, 합격률이 수 퍼센트에 불과해 수년간의 수험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극한의 관문이었습니다.태수(조인성)가 학교 짱에서 ..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저는 매일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부장님께 호되게 혼나고 퇴근길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우연히 본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2011년 개봉작 리미트리스, 신약 한 알로 평범한 인간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장면들이 유독 강렬하게 박혔던 건, 제 당시 처지와 너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영화 속 뇌과학, 실제로는 어떨까리미트리스의 핵심 설정은 인간이 뇌를 2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에디 모라는 NZT-48이라는 약물을 복용한 뒤 뇌 활용률이 100%로 끌어올려져 순식간에 천재로 변합니다. 여기서 뇌 활용률이란 평소 사용되지 않는 신경 회로가 완전히 개방되어 기억력, 판단력, 언어 습득 능..
영화를 켜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음악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껴왔던 압박감이랑 묘하게 겹쳐 보여서,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뭔가 불편한 감정이 뒤섞였습니다. 이 글은 그 감정을 정리하면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서 씁니다.욕망과 집착 —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영화 위플래시는 뉴욕의 가상 음악 명문 셰이퍼 음악원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앤드류 나이먼은 세계 최고의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신입생이고, 플레처 교수는 그 학교에서 가장 뛰어나면서도 가장 두려운 지휘자입니다.플레처의 교육 방식은 쉽게 말해 공포 기반의 동기 부여입니다. 음정이 조금 흔들려도 악보를 집어던지고, 템포가 미세하게 틀려도 얼굴을 향해 고함을 지릅니다. ..
이 영화는 초등학생시절 어머님과 함께 집에서 시청했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웃기기만 했던 영화로 기억되었습니다. 초등학생 눈에는 수녀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게 마냥 웃겼으니까요. 그런데 성인이 된 후 어머니와 예전 추억이 떠올라 거실에 같이 앉아 다시 한번 영화를 시청했는데, 화면을 보는 내내 가슴이 이상하게 벅차올랐습니다. 1992년작 Sister Act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입니다.마피아에서 수녀원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만들어낸 이야기이 영화의 출발점은 사실 꽤 자극적입니다. 카지노 가수 들로리스가 마피아 보스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Witness Protection Program)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란 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음악실로 달려가 기타를 잡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시절 밴드 동아리에서 기타를 쳤는데, 공연 전날 밤늦게까지 합주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을 처음 봤을 때 그 시절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한 코미디 영화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 안에 꽤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락 코미디 영화로 읽는 팩트 구조2003년 개봉한 스쿨 오브 락은 잭 블랙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 코미디 영화입니다. 감독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이고, 잭 블랙은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 속에서 잭 블랙이 연기하는 듀이 핀은 밴드에서 쫓겨난 무일푼 기타리스트인데, 친구의 이름을 빌려 명문..
영화를 보다가 괜히 눈물이 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슬프다는 걸 알면서도 왜 우는지 설명하기 애매한 그런 순간. 국제시장을 보면서 정확히 그랬습니다. 화면 속 덕수의 얼굴이 어릴 적 아버지 모습과 자꾸 겹쳐 보였고, 저도 모르게 손이 눈가로 갔습니다.희생 - 자신의 인생을 지운 사람들의 이야기영화 속에서 덕수가 독일 광부로 떠나는 장면, 베트남 파병 기술자로 지원하는 장면은 단순히 돈을 벌러 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그 장면들을 보면서 '이 사람은 자기 인생에서 본인을 한 번도 우선순위에 놓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베트남 전쟁 파병 장면에서 아내가 "당신을 위해 한번 살아보라고요, 당신 인생인데 왜 그 안에 당신은 없냐고요"라고 울먹이는 대사가 유독 마음에 걸렸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