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무법자와 통쾌한 대리만족의 필요성운전을 시작한 지 어느덧 수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조심스레 운전대를 잡았을 때의 그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매일 출퇴근길을 오가며 도로 위의 무법자들을 보며 혀를 차는 여유(?) 혹은 분노가 생겼습니다. 특히 하루는 퇴근길에 꽤 아찔하고 화가 나는 사고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하며 칼치기를 하던 차량이 결국 옆 차를 긁고는, 멈추지도 않고 그대로 도주해 버리는 이른바 '뺑소니' 현장이었죠. 블랙박스가 이렇게나 보편화된 요즘 세상에 어떻게 저런 무모한 짓을 할까 싶으면서도, 남겨진 피해 차량 차주분이 차에서 내려 망연자실해하는 표정을 보니 제 속이 다 끓어오르더군요. 이런저런 일상 속 스트레스와 그날의 찝찝한 기억이 마음 한구..
넷플릭스에서 마주한 한국형 SF의 첫인상주말 저녁,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평소 같으면 스릴러나 범죄 다큐멘터리를 찾았겠지만, 그날따라 메인 화면에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던 영화 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한국에서 만든 최초의 우주 배경 SF 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은 개봉 전부터 워낙 뉴스와 커뮤니티를 통해 많이 접했던 터라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어설픈 CG로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 내다가 이도 저도 아닌 망작이 된 건 아닐까?' 하는 한국형 장르물에 대한 묘한 불신이 제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죠. 배달 앱으로 치킨을 한 마리 시켜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킬링타임이나 하자'는 생..
혹시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 속 인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설국열차를 봤을 때, 꼬리칸 사람들이 씹어 삼키는 새까만 단백질 블록이 그 시절 제가 끼니로 때우던 편의점 삼각김밥과 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취업 준비에 치이며 볕도 안 드는 반지하 방에 웅크려 있던 그 시절, 이 영화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제 삶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작품이었습니다.설국열차의 세계관: 디스토피아 속 계급 구조설국열차의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왜 인류가 열차 안에 갇히게 됐는지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영화 속 세계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가 인위적으로 냉각 물질을 대기 중에 살포하는 지구공학적 개입, 이른바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tratospheric Ae..
관상(觀相)으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려다 비극으로 끝난 이야기.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저는 그날 밤 화장실 거울 앞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내 얼굴엔 과연 어떤 삶의 흔적이 새겨져 있을까 싶어서요.계유정난이 보여준 관상학의 한계영화 의 배경이 된 계유정난(癸酉靖難)은 1453년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실제 역사적 쿠데타입니다. 여기서 계유정난이란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라, 조선 초기 왕권과 신권의 충돌이 폭발한 사건으로 수많은 충신들이 목숨을 잃은 피바람을 뜻합니다. 영화는 이 역사적 사실에 가공의 관상가 내경(송강호)을 등장시켜, 만약 당대 최고의 관상가가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상상력으로 풀어냈습니다. 극 중 내경의 관상 실력은 실제로 압도적입..
정전협정이 조인되고도 실제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12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시간 동안에도 병사들은 죽어야 했습니다. 저는 영화 고지전을 보다가 그 사실을 처음 제대로 직면했고, 숨이 턱 막혔습니다.전선야곡과 백마고지, 팩트로 읽는 고지전고지전은 2011년 장훈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6.25 전쟁 당시 실존했던 백마고지와 화살머리고지를 모티브로 삼아 가상의 '애록고지'를 무대로 설정했습니다. 백마고지는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철의 삼각지대, 즉 평강·철원·김화를 잇는 전략적 삼각형 지형의 핵심 거점이었습니다. 여기서 철의 삼각지대란 중부전선 장악을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 어느 쪽이 이곳을 점령하느냐에 따라 전선 전체의 흐름이 바뀌는 지형을 의미합니다. 북한군이 이 지역을 대한민국 공격의 본부 역할로 삼았..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조일현의 얼굴이 아니라 화장실 변기에 앉아 몰래 호가창을 들여다보던 제 과거가 계속 겹쳐 보였습니다. 주식판에서 쓴맛을 실컷 보고 나서야 앱을 지웠던 저에게, 영화 은 그냥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아직도 조금 아픈 흑역사를 건드리는 영화였습니다.주식 중개인의 일상, 생각보다 처절하다영화 초반 조일현이 보여주는 일상은 증권사 객장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고객 주문을 받아 체결시키고 수수료를 받는 것, 이것이 주식 중개인의 본질입니다. 여기서 주식 중개인이란 기관이나 큰손이 아닌 일반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주문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화려해 보이는 직함과 달리 수익은 거래 건수에 철저히 비례합니다. 제가 직접 주식을 해봤는데, 이 구조가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인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