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팝콘 투사가 되기까지의 험난하고 유쾌했던 여정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영화 을 관람하게 된 것은 거창한 역사적 탐구심이나 애국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여유로운 주말 저녁, "오늘 저녁은 무조건 맛있는 치킨이다!"를 외치며 배달 앱을 뒤적거리다가 기름진 치킨에 곁들일 강렬한 시각적 '반찬'이 필요했을 뿐이었습니다. 넷플릭스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중, 조인성 배우의 멋진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박힌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구려 역사 영화에 조인성 배우라니, 수염을 붙인 모습마저 멋진 그 비주얼에 이끌려 가벼운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저의 가벼웠던 마음은 치킨무 국물을 흘릴 정도로 싹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당나라 대군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
1997년, 제 기억 속의 ‘부도’와 눈물의 바나나영화 을 보는 내내 자꾸만 목이 메었던 건, 영화 속 이야기가 단순히 역사 교과서 속 한 줄이 아니라 제 어린 시절의 공기와 냄새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당시 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였습니다. 국가가 망해가고 있다는 거창한 위기는 알 턱이 없었지만, 집안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한겨울 얼음판처럼 차가워졌다는 것쯤은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신 아버지의 어깨는 평소보다 한층 내려앉아 있었고, 어머니는 가계부를 붙잡고 한숨을 쉬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되곤 하셨습니다. 제 기억 속 IMF의 가장 선명한 징표는 다름 아닌 '바나나'였습니다. 그 시절 바나나는 지금처럼 아무 때나 사 먹는 국민 과일이 아니라, 정말 큰맘..
내가 영화 를 극장에서 보게 된 진짜 이유사실 저는 평소에 액션 영화를 막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터지고, 부수고, 싸우고... 다 똑같은 얘기 아니야?" 하는 주의였거든요. 그런데 2017년 어느 날, 제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예고편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영화 였죠. 현빈의 멋진 카체이싱이나 유해진의 찰진 입담도 눈길을 끌었지만, 제 발걸음을 극장으로 향하게 만든 결정적인 치트키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제 마음속의 영원한 센터, 소녀시대의 윤아가 배우 임윤아로 본격적인 스크린 도전을 한다는 소식이었죠! 평소에 소녀시대 데뷔 시절부터 윤아의 엄청난 팬이었던 저로서는 이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 거의 '팬심 배반'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개봉 주말이 되자마자 빛의 속도로 예매를 마치..
도치처럼 머리 밀 뻔했던 내 인생의 '민란'의 순간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영화 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주말 오후의 지독한 지루함 때문이었습니다. 넷플릭스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하정우 배우가 시원하게 머리를 밀고 양손에 칼을 든 포스터를 봤죠. 그 순간,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흑역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몇 년 전, 정말 하는 일마다 뒤지게 안 풀리던 암흑기였습니다. 다니던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탈탈 털리고, 주식은 파란불을 켜다 못해 얼어붙었으며, 연애 전선은 가뭄이 든 조선 후기 삼남지방처럼 바짝 말라비틀어졌던 시절이었죠. 그때 제 심정이 딱 영화 속 '돌무치(하정우)' 같았습니다. 세상이 나를 억까(억지 까기)하는 것 같고, 당장이라도 쇠백정처럼 고기 써는 칼이라도 들고 세상에 대고 ..
스크린을 넘어 내 삶으로 들어온 봉오동의 기억평소 역사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는 개봉 전부터 유독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습니다. 주말 저녁, 밀린 피로를 풀 겸 가벼운 마음으로 팝콘을 들고 영화관을 찾았던 그날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실 교과서에서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라는 한 줄의 텍스트로만 외웠던 역사를 영상으로 마주한다는 것은 설렘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자칫 너무 무겁거나 지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극장 안의 관객들 모두가 숨을 죽이고 화면에 몰입하는 것이 느껴졌고, 저 역시 어느새 팝콘 먹는 것도 잊은 채 스크린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습니다. 영화 속에서 유해진 배우가..
무기력했던 일상 속에서 만난 명량의 울림몇 년 전, 유독 인생의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준비하던 시험에서는 고배를 마셨고, 인간관계마저 삐걱거리며 온몸을 집어삼킨 무기력증 때문에 하루하루가 참 버겁게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 저 혼자 낡은 배 한 척을 타고 표류하는 듯한 외로움과 두려움이 엄습하던 시절이었지요. 어느 날 방구석에 누워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우연히 OTT 서비스에서 영화 **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개봉 당시에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제 삶이 바쁘고 지치다 보니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유독 화면 속 이순신 장군의 굳은 표정이 제 마음을 강하게 붙잡았습니다. ..